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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년(태종11) 음력 12월, 하천 정비를 위한 개천도감(開川都監)을 발족했다.
요즘 어머니에게 이사할 사정이 생겨 같이 집을 보러 다니고 있다.모르는 사람의 집에 들어간다는 게 남의 속살을 들춰보는 것만 같아 미안하고 어색하지만 어쩔 수 없다.최소한의 예의로 긴 머리카락이 떨어지지 않게 머리칼을 질끈 묶고 최대한 깔끔한 옷차림에 새로 산 양말을 신고 간다.부동산 아주머니가‘딩동~’하고 벨을 누르면 문이 열린다.실례합니다,인사하고 거실부터 안방과 화장실과 부엌과 다용도실과 전망과 본의 아니게 남의 집 살림까지 죽 훑게 된다.
거실 한가운데 첼로가 놓인 집이 있다.방마다 발 디딜 틈 없이 물건이 잔뜩 쌓인 집이 있다.마룻바닥이 반짝반짝 빛나는 집이 있다.귀한 자개장이 구석에 잠들어 있는 집이 있다.정오의 햇살이 부엌까지 들어오는 따스한 남향집이 있다.책장에 백과사전류가 잔뜩 꽂혀 있는 집이 있다.아기를 위해 여기저기 모서리 보호대가 달린 집이 있다.집집이 거기 사는 인간의 문화와 문명이 집약돼 있었다.집은 한눈에 보이는 어느 가족의 취향과 형편과 역사였다.
들어가는 집마다 어머니가 앉아 계신 모습을 상상했다.어떤 집은 아주 잘 상상이 되었고,어떤 집은 전혀 상상이 되지 않았다.이 방향으로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실 테고,저 방향에서 식탁에 앉아 식사하실 텐데,괜찮나?아닌가?아까 그 집이 더 나은가?처음 보는 집인데 어떤 집은 어머니가 사는 모습이 그려지고,어떤 집은 조금도 그려지지 않는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사람이 집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집이 들어올 사람을 고르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집과 집 사이,온라인 카지노 실금동네와 동네 사이를 오락가락하다가 완전히 녹초가 된 우리는 근처 식당에서 한숨 돌리며 오늘 본 집들의 후기를 나누었다.그리고 마침내 도달한,늘 똑같은 어머니의 결론.“역시 지금 살던 집이 제일 좋네.” 아무래도 이사하기는 틀린 것 같다.어쩌면 지금 사는 집이 어머니를 무척 마음에 들어 해서 놓아주지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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